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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낮술 마시면 부모도 몰라 본다더니





  오랜만에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를 만나,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집에 돌아오는 동안에도 혼자서 한참을 깔깔거리면서 웃었습니다. 독립영화라 하면 대개 상업영화에 비해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와 지루한 스토리 전개 등으로 인해 등 돌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독립영화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낮술'의 제목처럼 그리 낯설지 않고, 어렵지 않았습니다. 보는 내내 관객들은 한 마음이 되어 같이 웃고 안타까워 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고민거리도 많은 요즘, 아무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흡족해지는 기분입니다. 

  낮술은 일명 유명 배우도 없고, 잘 알려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도 아닙니다. 사실 그랬다면 매끄럽지 않은 연출과 주인공의 우유부단하고 답답한 성격이 오히려 꼬투리가 잡혔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낮술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들려 줄 준비가 되어, 친근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로 거부감 없이 다가왔습니다. 지나치게 잘생기고 완벽한 집안에서 태어나 영상매체가 아니면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가끔 만날 수 있는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운명이라 생각했던 여자친구와의 이별에 슬퍼하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친구들의 여행 제안에 개밥줘야 한다며 망설이고, 곱상한 외모의 여자만 만나면 마음이 동하는 지극히 평범한 혁진이가 주인공입니다. 
 
  우발적으로 친구들의 부추김에 의해 혁진의 여행은 시작되지만, 함께 하기로 한 친구들은 각각의 핑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여성들이 보면 '혼자서 여행하시는 거에요? 멋지다!' 감탄하지만, 전혀 멋있지 않은 여행이 시작됩니다. 혼자 떠난 남자가 그렇듯, 밥을 먹을 때나 펜션에 누워 있을 때나 따라다니는 것은 술입니다. 술과 동행하는 혁진의 여행은 영화가 진행 될 수록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 난관들은 하나같이 골때리는 상황들이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번쯤 겪어 보았을 곤란한 상황,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현실에 언제나 공존하고 있는 캐릭터가 제법 긴 상영 시간 동안 잘 어울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낮술 마시면 부모도 몰라 본다더니, 전 영화 보는 동안 혁진이 집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가 밥은 챙겨 먹고 있는 지 궁금해 지더군요. 그리고 하나 더, 어쩐지 이 영화를 보면 다른 여행 영화들과는 달리 혼자서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마음 한켠으로는 약간의 미련도 남는 게, 이 영화와 제가 닮은 점이 아닐까요. 

  모든 상황을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혁진이 처하는 상황에 함게 웃고 한숨 쉬어 줄 수 있는 아량이 있다면 더욱 즐거울 수 있을 듯 합니다.


 

by 블루데이 | 2009/01/31 13:07 | 여유로운 시선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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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31 13: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1/31 15: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승현 at 2009/05/15 19:41
처음오네요 ~
낮술.. 이 영화보고나서 바로
소주한잔 하러 뛰어갔었지요.
오랜만에 보는, 편안한 느낌의 리뷰,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블루데이 at 2009/05/16 00:56
전 영화를 보고 나서 술을 질리게 마신 것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Commented by panacea at 2016/01/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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