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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당신은 어디에 표류 중 입니까?













  '외로움'은 그가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와 비례하는 것일까. 외롭다는 것은 사실 어떤 의미일까. 한밤 중에 전화 할 곳이 없는 것이 외로운 것일까, 벼랑끝으로 나를 밀어내는 상황들 속에 내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외로운 것일까. 외로움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일까.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정호승 시인이 이야기 했던가, 그렇다면 그 외로움의 정도는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인가. 얼마만큼의 외롬움이 나를 사람이게 하는 것일까, 생각한다. 외롬움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다. 나도 사니까, 당신도 살라고 일본의 한 여자가 이야기 했던가. 외롭다는 것을 힘들다는 것과 동일시 하고 있다고 내게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힘들 때 외로움을 생각하고, 외롭기 떄문에 힘들어지는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누가 이 둘을 명백히 다른 단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외롭지 않으면, 당신도 외롭지 않다는 것인가. 저런 말은 얼마만큼의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아무튼 사람들은 오늘도, 아마 내일도,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 갈 것이다. 어제? 어제는 나도 외로웠다. 오늘은 아직 괜찮고, 내일 일은 모르겠다.
  물 속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살려달라고 허우적 거리는 나의 두 팔도 아니고, 입으로 들어오는 물도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나를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내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하는 힘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무관심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우리는 누구나 한번씩은 경험해 보았고, 그 때의 내가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를 수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의 외로움을 극한의 상황을 설정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강에서 자살 시도한 김씨가 밤섬에서 표류되어 세상에서 고립되고, 타인의 일상으로 자신의 삶을 포장하는 김씨는 가정과 인터넷에서 고립된다. 타인과의 접촉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끊어지게 된 두 사람의 일상이 흥미를 주는 것은 틀림없다. 나는 이 영화의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남자 김씨의 이야기는 굉장히 기발하나, 여자 김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식상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어설프게 이 둘의 소통을 다루고자 한다면, 영화는 보지 않아도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표류기'는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시선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으며, 영화의 설정은 의외로 적절하고 매력있었다.
  영화의 포스터에서 말하는 '우리, 괜찮아요!', '살아있음, 오바!'는 영화를 보고 나서야 더욱 와 닿는다.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누가봐도 게으른 나의 일상에도 질서가 있다. 그리고 모르고 있겠지만, 당신의 삶에도 질서가 있다. 자신만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그 어느 누구도, 더 낫고, 모자라다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너의 일상 보다는, 나의 일상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너의 일상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 [김씨표류기]를 통해 다시금 알게 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섬, 그러나 사람 가까이에 있는 섬, 하지만 아무도 주의깊게 보지 않는 섬에 한 남자가 산다. 옥수수 씨를 뿌리고, 그것을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를 발견한 사람은 오직 딱 한 사람이다. 타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지만, 그 무관심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만든 그와 그녀의 만남은 영화적 판타지와도 적절히 어우러진다. 사실 이 영화는 화려한 색채도 없고, 끊임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도 없으며, 러닝타임에 비해 오감을 사로잡는 이렇다 할 사건 전개도 없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다루고 있으며, 적절한 유머와 감동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성급함도 조급함도 없다. 짜장면을 먹고 싶은 한 남자와 짜장면을 대신 사 주고 싶어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관심을 보낼 줄 아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by 블루데이 | 2009/05/15 18:33 | 여유로운 시선 | 트랙백(1)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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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김씨표류기 -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김씨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nbsp......more

Commented at 2009/05/1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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