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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살인마의 탄생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EVIL HAS A DESTINY' 이 한마디에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을 과거, 그 사람의 주변환경에서 출발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옳은 방법이라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할 문제이며, 누구도 이러한 사실에 확신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프로이트가 살아 돌아 온다면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주변환경과 그의 우울했던 과거 때문이라 치부해 버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누구도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특히 살인마 마이클의 유년시절을 보면서 나는 불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할로윈'은 리메이크작이라는데, 나는 이 영화의 원작에도 익숙치 않은 사람으로 처음보는 살인마를 두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마주하면서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을 참느라 혼났다. 슬래셔 무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할로윈'은 참으로 '슬래셔' 단어에 충실하다. 베고, 썰고, 찌르는 것에 열중한다. 원작은 잔인한 장면과 인물들의 감정표현이 충실했다는데, 그런 원작이 무색할 만큼 이 리메이크작은 잔인한 장면과 음악에만 충실하다.
  가면을 직접 제작하고, 자신의 표정을 가리는 것에 익숙한 살인마에게도 눈물 흘려주는 엄마가 있고, 지키고 싶은 동생이 있다. 그러나 눈물 흘려주는 엄마는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 쇼를 하는 사람이며, 동생은 아직 마이클의 마음을 헤아릴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또 그에게는 죽이고 싶을만큼 미운 아빠도 있고, 동생보다 방탕한 생활을 더 사랑하는 누나가 있다. 이는 주변 아이들이 그를 괴롭힘에 있어 소재로 사용하기 탁월한 것들이다. 그래, 마이클 마이어스의 삶이 안타깝기는 하다. 어린 나이에 니가 참 마음 고생이 많다며 어깨라도 다독여 주고 싶다. 하지만 훗날 엄청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는 이런 가정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식의, 현대 사회의 문제는 모조리 다 끌어 안고 있는 그의 가족상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고, 충격적이지도 않다. 그저 역시 불행한 가정사가 사회의 불안을 낳는다는 교훈적 메시지까지 던져주는 것 같아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비주얼적으로 인상적인 장면들이 적절한 음악과 어울려지며 괜찮은 영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시종일관 무겁고 우울하며, 마을로 돌아가서는 교훈적 메시지가 있는 살인만 저지르는 것 같은 살인마를 보면서 마음은 전혀 편하지 않았다. 물론 슬래셔 무비를 보러가서 편안한 영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상영시간 내도록 놀라면서 얼굴 찡그리며 영화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있다. 이는 아무리 예쁜 로맨틱 코메디를 보러 가서도, 시종일관 닭살스러운 사랑만 보여주면 질리는 것과 같다. 뭐, 개인차가 있겠지만 말이다.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이에 대한 깊은 고뇌와 날카로운 시선이 기반이 되었어야 한다. 잔인한 장면과 행위가 30-40%정도 더해지긴 했지만, 마이클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 나갔다면 개과천선 되었을 것인가 고민해 본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 살인마 마이클의 과거사에 대한 부분인데, 이는 감독이 살인마의 과거에 연민을 느끼길 바랐던 것인지, 그의 가족을 만들어 낸 현대 사회에 대한 원망을 느끼길 바랐는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살인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아무쪼록 나는 그 의도를 아직도 눈치 챌 수 없어, 영화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던 시간이 오직 불쾌하고 불편할 뿐인 시간이었다.

by 블루데이 | 2009/05/29 01:38 | 여유로운 시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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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roquis at 2009/05/29 03:05
미국 사람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가족의 붕괴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 도입부의 거지깽깽이 같은 가족사는 역설적으로 미국 가정의 붕괴를 예고하는것 같더란 말이지. 실제로 이혼율 높고 외도도 많은게 미국 가정이잖아? 영화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더라. 슬래셔무비의 재미는 참신한 슬래셔에 있는건데 말여. 두시간동안 식칼만 보려니 정말 개콘이 보고 싶어지대.
Commented by 블루데이 at 2009/06/01 21:48
보고싶다던 사람은 누구였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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