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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가 끓는 밤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을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주에는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로 한 가득 된장찌개를 끓였고, 당분간 된장찌개는 먹고 싶지 않다. 김치를 칼로 잘라내며, 내가 소유한 세번째로 큰 냄비-두번째로 작은- 에 김치찌개를 끓여낸다. 김치를 잔뜩 품은 냄비를 보면서, 러시아에서 지낸 두 달이 떠오른다. 냄비에 김치를 썰어넣으면서 함께 끓였던, 국적을 알 수 없는 죄책감. 타지에 혼자 남겨질 언니를 위해, 김치를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양심의 소리를 들으며 지낸 두 달간 나는 이렇게 많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었던 적이 없다.
 
  아침에 깨끗하게 목욕을 시킨 고양이는 나를 바라보면 운다. 제 밥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밥을 줄 생각이 없다. 아무리 출출해도 주인이 밥을 주지 않으면, 물 이외에는-가끔은 물마저-먹을 것이 없는 그의 삶이 부럽다. 그렇다면 나의 고양이는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 모든 다이어트의 시작은 간식을 멀리하고 본식사에 충실하는 것이 아니던가. 말은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겨울이에게도 사생활이 있다.


by 블루데이 | 2009/09/21 00:08 | 기상천외한 일기장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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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실학자 at 2009/11/10 01:26
아나

배고픈데 블로그에서 김치찌개 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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