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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김동현

[처음 만난 사람들] 이방인을 보는 타인의 시선














  타인에게 순순한 마음으로, 관심을 쏟아 본 것이 언제였을까.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오면서 짝과 많이 다투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도 크게 마음 상해 울기도 하면서 나는 점점 견고한 인간이 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들]을 보고 나온 나는 아직 멀었구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탈북자 진욱과 베트남 국적을 가진 이주 노동자 팅윤, 두 남자의 우연한 로드 무비다. 그러나 진욱을 관리하는 최형사와 북에서 온지 10년이 지난 탈북자 혜정까지 가세하면, 어쩐지 외로운 사람들을 한 곳에다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같다. 그래서 일까, 영화를 보고 났더니 온통 외롭고 쓸쓸한 기운에 빠져버린 나는 헤어 나올 길을 잃어 버린 듯 슬펐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표현 방식과 억양이 달라 서로의 고향이 어디인지 단번에 티가 나는 탈북자 진욱과 언어마저 달라 필요한 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베트남 국적의 이주 노동자 팅윤은 시종일관 자신들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물론, 세계 공용어인 영어도 종종 사용하지만 예쓰, 노 정도에 그치기에 표면상 이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은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왜곡없이 전달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고 걱정한다. 오직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로 의미없는 위로만 주고 받는 것 보다 훨씬 아름답다. 

  진욱이 남한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최형사는 직업도 있고 나이도 있어 세상 일에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것 같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쉽게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 탈북하면서 온갖 고생을 겪고 혼자 남한에 왔지만, 혼자 왔기에 더욱 서러운 진욱은 그럼에도 참 따뜻한 심성을 갖고 있다. 한국 말은 전혀 못 하는 것 같은 팅윤의 유일한 한국말 '때리지 마세요. 나도 인간입니다.'는 너무나도 적절한 상황에서 흘러나와 보는 이들을 모두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탈북자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갖은 오해와 괄시 속에서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혜정은 같은 처지의 진욱과의 만남이 반갑기도하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

  이런 네 사람의 이야기는 어쩌면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반성문같아 보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유쾌할 수 없는 메시지이긴 하지만,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중간 중간, 제법 재미난 설정과 유쾌한 상황들이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낸다. 

  한국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이 되었지만 간격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고독감에 차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한국의 하늘은 무척이나 어둡다. 그래서 일까. 포스터에 나온 베트남의 하늘이 유난히도 맑아 보인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여유로워 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방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by 블루데이 | 2009/06/02 01:03 | 여유로운 시선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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