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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다가선 그 사람, 사랑이 맞나요?


  일본 소설에는 여백이 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정의 공간을 남겨 둔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은 완전히 나의 감성이 자리 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배려 같아서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손에 든 일본 소설 [채굴장으로]는 생각보다 가벼웠고, 한 눈에 들어오는 예쁜 표지만큼 간질간질한 연애 소설일 것 같아 마음이 동했다.

  연애 소설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채굴장으로]는 보편적 연애 소설과는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나는 딱 중간 정도였다. 소설을 읽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간지러워 질 때가 있다. 그 간지러움은 연애 소설에서 가장 많이 발현되는 현상 중 하나인데, 이 소설에서는 그 간지러움이 조금 덜하다. 내 기준의 연애 소설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지만 연애의 기본인 사랑의 감정이 기반이 되어 소설을 이끌어 나가고, 그 감정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간지럽지는 않더라도 연애소설과 많이 닮아있다.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사랑인가에 대한 물음 앞에서, 그 누구도 성급히 그렇다 확답 내릴 수 없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온전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우리의 사랑이다. 주인공 아소 세이의 감정은 이 정도의 고민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질 수 있는 그녀의 감성으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아소 세이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그 남편 역시 오롯이 자신밖에 모른다. 남편의 외도로,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한 외도는 많이 봐왔고, 그럴경우 아내의 외도는 잘못이라기 보다는 남편의 잘못이 크다! 판결 내릴 수 있을 만큼의 학습력도 갖추었다. 하지만 [채굴장으로]를 읽어내리면서 잘잘못을 떠나, 사람의 마음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이미 누리고 있는 행복과 타인에 대한 호기심, 사랑이란 감정은 언제부터를 시작으로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이들이 어울려 [채굴장으로]를 연애 소설이도록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지만, 새로운 사랑이 어느샌가 옆에 서 있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서, 그에게는 타인보다 두세배는 더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된다. 사랑은 언제나 그런 고민 앞에서 이렇다 할 답을 주지도, 그 행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 이야기도 아끼는 조심스러운 녀석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옆에 두고 싶고 기특하다 쓰다듬기도 하고 싶은 보다. 

  잔잔한 감성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본 소설의 매력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이는 소설이 아니라 현재일 수도 있겠다 싶어 책을 덮고도 짧은 한숨조차 아끼게 된다.
렛츠리뷰

by 블루데이 | 2009/06/08 13:39 | 떨리는 손 끝 | 트랙백 | 덧글(2)

[친구에게 가는 길]나와 당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나는 더 이상 '어리다'는 단어 뒤에 숨을 수 없을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세상 일을 다 안다고 자부 할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든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근심은 늘어만 간다. 나이를 먹을 수록 소극적이 되어간다. 나는 내 선택에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이런 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중의 하나라면 정말 나이는 거저 먹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숟가락 떠 먹여 주듯 먹어가는 것이 나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엇는데, 역시 나의 생각은 언제나 미흡한 점이 있다. 
  어릴 때는 나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이었으나, 더 이상 어리다는 것이 나의 방패가 되어 주지 못 하는 시점부터 나의 판단의 대부분은 틀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가 좌절하면서도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선택이 옳은 모습을 하고 있든, 틀린 모습을 하고 있든 내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친구는 항상 나의 편이 되어 준 것은 아니다. 그저 곁에 있어주기만 했다.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을 [친구에게 가는 길 - 두 남자의 평생 우정이야기]를 보며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나에게도 친구가 있듯, 당신에게도 친구가 있다. 그리고 이 책 속의 밥에게도 잭이 있고 또 앨런, 척, 댄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abcdj라 불렀다. 이 책은 밥이 쓴 것으로, 책 서두 부분에서 부터 잭의 죽음을 알리고 있다. 그의 부고는 신문에 짧게 실렸다는 문구로 그의 죽음을 알린다. 그래서 우리는 잭이 밥의 죽은 친구이며,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책을 펼쳐들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일까, 우리는 잭이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마치 요즘 선풍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워낭소리]의 이야기 구조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워낭소리] 역시, 분명하지는 않지만 "소도 짐승이니 죽으니까 참 안 됐지요?"라는 대화를 서두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소'의 죽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소가 숨을 거두지 않고 오래 도록 할아버지 곁에 있어주길 바라게 된다. 동시간대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주던 마음이, 한 쪽이 사라짐으로 인해 얼마나 외로운 모습을 하게 될 것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친구에게 가는 길]을 읽으면서, 혹은 [워낭소리]를 보면서 알아가게 된다, 사람 혹은 생물은 서로를 위할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띄게 되는 것을.

  이 책을 보는 내도록 친구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게 할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 아직은 먼 미래라고 방관하고 있는 것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 올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신들의 사진을 내 친구의 딸이 찍어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그들 중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미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미래는 밥과 친구들에게 존재했고,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나와 내 친구들에게도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 그럼 어떻게 하나. 정말로.

  이 책이 소개하는 자신들의 우정은 눈물나게 부러운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냥 평범하다. 가슴 찡하게 울려오는 에피소드도 없고, 단지 자신의 오래된 친구의 죽음 앞에 그를 지면 속에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저자의 마음만 느껴지는 책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든 사람은 쉽게 놓지 못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우정이 영화화 될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의 우정은 내가 하는, 그리고 당신이 하고 있는 우정의 모습과 닮아있다. 서로가 끔찍히도 소중했던 시기를 지나며, 서로가 귀찮아 전화를 거부하던 시간도 버텨내며, 서로의 기쁨과 슬픔의 시간을 공유하여 주는 친구가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친구의 위치란 어떤 것인가를 알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친구의 모습이 이 책 속에 있었다.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해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 할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통해 특별한 우정을 보고 싶다면 안 보는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도 오랜 시간 곁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연락하고 싶어지기는 할 것이다."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내 곁에 있는 친구가, 당신과 당신의 친구가 함께하는 우정이 더욱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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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데이 | 2009/03/10 01:32 | 떨리는 손 끝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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