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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베드타임스토리

[잉크하트 vs 베드타임 스토리] 비슷한 모티프, 다른 설정, 비슷한 결말


























  제 글의 제목을 이 영화의 관계자들이 보면 버럭하고 화 부터 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두 영화는 제법 닮은 꼴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등장인물의 설정 부터 흡사한 것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것 하며, 가족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그렇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잉크하트'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베드타임 스토리'는 가볍습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 장르상의 특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우선 '잉크하트'의 모티프는 간략히 줄여서 말하면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책 속에서의 일이 그대로 일어난다", 그리고 '베드타임 스토리'는 "잠들기 전 머리 맡에서 들려준 이야기가 다음 날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입니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사건이 진행되는 원인이 되며, 다른 점은 전자는 그 점을 꺼린다는 것이고 후자는 그 점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과 시선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영화를 각각 살펴 보겠습니다.

  '잉크하트'에서는 영화 명과 동일한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자신이 실버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버통이란, 영화 속에서 쓰는 용어로 소리내어 읽으면 책 속의 일이 현실에 일어나게 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이 캐릭터의 설정 자체는 꽤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그 능력이 불러일으키는 현상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역들처럼 나쁘게만 마음 먹으면 범죄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세명의 실버통 모두는 악한 캐릭터는 아닌 듯하여, 그 능력이 실버통의 의지에 의해 악용하는 일은 없는 듯 했습니다. 보통 이러한 능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용할 생각부터 하는 것은 저 뿐인가요? 또한 예고편 또는 영화 소개에서 알려주는 바와는 달리, 실제 영화 속에서 실버통의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닌, 단지 글을 소리내에 읽는 것도 현실이 될 수 있더군요. 그 때문에 실버통의 캐릭터의 성격이 일관성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의 가장 큰 오점은 책에 실린 글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실버통이 이미 알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책이 현실이 된다.' 얼마나 설레고 매력적인 설정입니까. 그러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들에서 1명의 도적이 현실 세계로 떨어졌을 때 소설 제목이 39인의 도적들로 변한다거나, 오즈의 마법사의 강아지 토토가 현실 세계로 오게 되며 도로시가 슬퍼하고, 신화 속의 동물이 현실에 와서 겪게 되는 이질감과 그 동물이 없어짐으로 신화 내용이 엉망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부재하여 많이 섭섭하더군요. 그나마 신선한 점이 있다면 소설 속 악당들이 현실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소설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한다는 것이었으나, 이 역시도 소설 속에서 나왔다는 점만 배제한다면 어느 영화에서나 쉽게 등장하는 악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실버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그저 밋밋하기만 합니다. 단지 실버통을 내세운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 힘을 얻었으나, 이 역시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 했습니다. 모든 사건의 원인도 실버통, 해결도 실버통. 실버통이 없으면 세상은 참 평화롭겠다는 생각만 드네요. 악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실버통의 행동들이 정당화 되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 '헨콕'이 생각나네요. 영웅이지만 골치 아픈 영웅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죠. 그런데 '잉크하트', 이 영화는 정체가 뭐죠? 단지 실버통, 그 캐릭터를 자랑하고 싶었다면 좀 더 수정보완하여 다시 제출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 정도로 밖에 못 그려내다니요! 영화는 영화 속에서 모든 문제와 해답을 다 담고 있습니다. 또한 그 해답이 너무나도 간단명료하여 2시간 가까운, 제법 긴 상영 시간을 함께 해준 관람객들에게 어안이 벙벙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죠. 또한 자신의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하에 타인의 가족애는 중요케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가 책 속에서 나오면 누군가는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있고 그게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는 가정을 깔고 있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이 설정 역시 일관성을 잃어버립니다. 

  일관성 없는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성급하고 맥빠지는 결론을 가족애로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허술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역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유명 배우도 아니고, 유명한 원작도 아닌, 영화 시나리오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베드타임 스토리'는 아담 샌들러를 내세운 영화인만큼, 코메디 물입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악인이 없습니다. 물론 악역을 맡고 있는 사람은 있지만, 이는 미워할 수 없는 조금 모자란 미운 등장인물 정도로 그려집니다. 월트 디즈니는 어린이들에게 세월이 지나도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메시지를 꼭 전달하고 싶은가 봅니다. 또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목소리, 나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보충, 설명, 진행시키는 이는 아담 샌들러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영화 밖에 있는 듯 하지만, 종종 영화 속에 등장하여 아담 샌들러에게 결정적 메시지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내기도 합니다. 

  시니컬한 어른인 스키터, 아이들에게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과자나 무조건 해롭다고 생각하는 텔레비전은 집에 들이지도 않는 스키터의 누나, 해피 엔딩을 꿈꾸는 누나의 두 아이, 자신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작정 밀고나가는 친환경 차를 타고 다니는 질, 그 밖에도 우유부단하여 스토리가 전개 될 수록 영화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바꾸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고집스럽게도 유지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점이 영화의 재미가 되어 어쩌면 황당하기까지한 사건들을 웃으며 넘길 수 있게 합니다. 

  원치 않게 조카들을 보살펴 주게 되는 스키터는 텔레비전도 특별한 장난감도 없는 누나의 집에서 오직 조카들을 빨리 재우기 위한 방법으로 침대 맡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됩니다. 교훈적인 동화책밖에 없어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게 되는데, 해피엔딩을 꿈꾸는 조카들의 참여로 인해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띄게 됩니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만들어가려는 조카들에게 스키터는 한마디 합니다. 현실이니까 해피엔딩은 없어!

  그러나 자신이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음날 스키터에게 현실로 나타납니다. 진실을 관객들은 알지만 스키터는 모르기에 그는 이 모든 사실이 신기하고 행복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현실적이기보다는 환상적이고 유쾌하기만 합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상상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오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스키터는 이를 알게 되고 조카들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게 됩니다. 조카들과 함께 만드는 이야기는 스크터에게 환상과 동시에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는 한계점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음을 절묘하게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싶어하지만, 조카들의 의도하지 않은 방해에 부딪혀 원치 않은 상황에도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질 것인지 미리 알고 있기에 조마조마해 하며, 그 행운 혹은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는 스키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큰 재미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놓는데, 이처럼 유쾌하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스키터의 조카들의 힘입니다. 단지 어른 혼자서 하는 상상이라면 어떠한 모습일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암울하군요. 그러나 어린 조카들과 함께 해야만 가능한 것이라 더욱 즐겁고 유쾌하네요. 서부, 우주, 그리스 등 다양한 상상의 공간이 오직 현실 속에서 재현되다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코메디 영화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지나치게 무거워 지지도 않고 힘든 고난도 유쾌하게 넘기며 결말에 다가섭니다. 비록 제작사가 월트 디즈니인만큼 누구나 짐작하는 결말을 내리는 한계가 있더라도 말입니다. 결국 가족의 행복을 찾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됩니다. 디즈니 영화의 어쩔 수 없는 한계점이지만 죽을만큼 나쁜 사람은 없는, 착한 영화라는 점을 남기면서요.


  두 영화는 각자 강점을 가진 소재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차이는 '잉크하트'는 그 강점을 완벽히 소화시켜 내지 못했다는 것이고, '베드타임 스토리'는 그 점을 코메디 영화에 어울리게 잘 각색하였다는 점입니다. 좋은 소재는 창작자에게 좋은 설렘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좋은 설렘을 성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어쩐지 어설프지만 이 두 영화를 보면서 조금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환상은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by 블루데이 | 2009/02/02 15:54 | 여유로운 시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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